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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PM

더 커뮤니티 9화까지 후기 (스포 다수 포함)

by 올잇디 2024. 2. 18.

 

'더 커뮤니티'는 사상검증 테스트에 따라 다른 사상검증을 가진 12명의 주민이 모여 세금도 내고, 돈도 벌고, 토론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사회와 같이 불순분자(주민들끼리 뭉치지 못하게 함), 언론 역할을 하는 기자가 있다. 공금을 정해진 룰에 따라 얻고 쓰며, 마지막에 주민들이 가진 돈이 살아남은 사람들 혹은 불순분자에게 상금으로 돌아간다.

 

나의 사상검증 테스트 결과

 

 

스스로 예상했을 때 가장 의외였던 항목은 '계급'이었다. 잘하면 '부유 1'정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데 반해 '2'가 나왔다. 그만큼 실제 사회의 계급 스펙트럼이 넓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 3'은 정확하다ㅋㅋㅋㅋㅋ  페미의 반대가 이퀄리즘 이라고 하는 것에 바로 반발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PD의 '이퀄리즘' 워딩 사용 관련 인터뷰가 이해되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흐린눈 하기로 했다.

 

1화부터 9화까지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되돌려 보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것을 남긴다. 당장 스포가 나오니 참고!

 

 

 

 

1. 똑똑한 여자들이 순진하게 대답한다

더 커뮤니티를 보면서 가장 먼저 속상했던 점이다.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한 것은 자연스럽다>에 대한 익명채팅을 한다. 배운 것 많은 똑똑한 페미니스트 백곰과 하마는 '그렇다. 자연스러운 본능이다'가 아닌 '아니다, 사회적 산물이다.'에 투표한다. 그들의 페미니즘은 내 것보다 훨씬 높고 깊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졌다.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내는 것이 사회적 산물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신념이 일리있다고 생각함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사회에서 가진 영향력이 없는 나는 욕 좀 먹더라도 전략적 선택을 했을 것이다. 성별을 떠나서 생각해봐도 강자가 어떤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호감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데이터를 가져와도 자신을 약자라 칭하는 특정 남성 그룹이 있는 최저가 가부장제인 대한민국에서 그마저도 사회적 산물이라고 이해해주기 싫었다. 

 

 

2. <어린>, <여자>가 먼저 희생된다

8화에 커뮤니티 최초의 퇴소자가 나온다. 바로 '하마'. 똑똑하고 정의로운, 발랄한 구성원이다. 하마가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퇴소자 후보가되었는지 보다 결과에 주목하고 싶다.

첫번째 퇴소자로 '마이클'과 함께 후보에 올랐을 때, 백곰은 '마이클'을 살렸다. 백곰은 탈락면제권을 가지고 있었고, 며칠 전 탈락할까봐 걱정하는 '마이클'에게 내가 살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제 퇴소자가 발생하는 시점에 백곰은 종신 리더가 되어있었다. 실제 정치인인 백곰에게 그 약속의 무게는 엄청나게 컸을 것이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타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환멸을 느껴왔을 것인가? 그가 마이클을 선택한 것은 놀랍지 않았으나, 나라면 종신 리더로 똑같은 나의 주민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도 백곰은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다.

하마와 마이클의 차이는 무엇이 있었을까? (편집된 프로그램을 볼 수 밖에 없으니) 판단하기에 그냥 마이클의목소리가 컸다. 그냥 덜 만만해 보였다. 어린 여성들의 목소리를 키우자! 여성들은 충돌을 남성보다 기피한다. 하마의 실제 똑똑함이 드러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마의 목소리 크기가 마이클과 똑같아서는 안된다. 사회는 남성의 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훨씬 더 훨씬 더 크게 말하자, 주장하자. (나부터ㅜㅜ) 물론 현실에 하마의 목소리는 나보다 300배 이상 크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3.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종신 리더로 백곰이 뽑혔을 때 11:2로 이겼다. 실제 사회에선 약자여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내가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체감이 백곰을 투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백곰은 자기가 한 말을 최선을 다 해 지킬 것이라는 인식이 다들 있었으니까. 슈퍼맨의 의외였던 점은 진심으로 '이 사회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말을 지킬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약자가 되면 언제 팽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주민들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말한 '사회'는 '주민 모두'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모두 느꼈을 것이다. 일정 비율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없다고 희생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은 너무 폭력적이니까. 일정 희생을 정당화하면서 부패는 일어나니까!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진보의 방향과 속도가 약간만 달라도 그들은 쉽게 틀어진다. 하마가 탈락하면서 백곰한테 실망한 주민들이 많이 생겼다. 테드의 마음이 너무 잘 이해된다. 그레이가 내부총질을 한 것은 잘못이다. 분열의 일종이라고 본다. 원래 진보는 다양함을 지향하니까. 그래도 태초의 적이 누구인지는 잊으면 안된다. 불순분자가 가장 좋아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은 잊지 말길.

 

 

 

4. 불순분자는 그럴 수 있다

불순분자인 벤자민은 짜증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잘 사는 유토피아 없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믿는 이들. 이들을 혐오하나 그들은 솔직하다. 내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 분명 옳지 않으나, 개인의 경험은 모두 다르니까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다만 여기서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찍은 이들이 생각났다. 불순분자는 자기의 이익이라도 생기지 그들은 이재명에 대한 혐오로 인해 자기의 이익을 버렸다. 그 알량한 혐오가 사회를 망쳤다. 알량한 혐오를 자신의 소신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혐오가 이긴 것이 실제로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 차라리 불순분자들이 났다. 10초 남기고 낭자를 살리러 가겠다고 한 지니의 행동이 쇼였다고 하더라도 그게 났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 그런거니까. 국민의 힘이 가장 좋아할 행동이 민주당 지지자가 윤석열을 뽑는 것이었다는 걸 잊지말길. 본인들이 멍청했단 걸 인정하는게 이재명이 대통령되는 것보다도 무서울 인간들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가 윤석열을 뽑은 민주당 지지자를 윤석열보다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국민의 힘이 좋아할 행동이니까.

 

 

 

5. 가난에 대하여

가난을 겪어본 적 없는 자들이 가난한 이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정책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우수운지. 다만 가장 신기했던 것은 가난을 노력으로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크나이드 같은 이들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너무 대단해서 다른 형태의 가난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걸까? 어느 방향으로 생각해봐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가난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항상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들 때문에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게 안타깝다.

나 역시 가난했던 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는 없다. 그럼에도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이들의 태도는 슬프다. 그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는 것이 너무 무책임해서 미안하다.

 

 

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출연자

그레이. 나의 사상 검증 표가 그레이랑 가장 비슷한 줄을 몰랐는데. 그레이가 여자였으면 나랑 표가 완전 똑같았을까? 그레이는 2화에서 페미니즘에 관련된 자신의 입장은 있지만 그걸로 논쟁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고 밝힌다. 페미니즘은 지능순이다. 데이터가 뻔히 있는데 사회의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 조차 못하는 이들이 이해를 바랄 순 없다.

그레이는 적어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한다면 페미니즘이 진정한 이퀄리즘이다. 다만 그레이는 자신이 유리한 이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꿀 의지는 없는 사람이다. 자신은 정책에 따라 보수로 넘어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슈퍼맨에게 얘기한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은 인간 본능이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 사회의 이익을 바라는 것은 정치인, 종교 지도자겠지. 물론 난 정치도 안할 것이고 무교겠지만 그래도 모른 척하지 않고 의견을 낼 것이다. 페미니즘은 내 이익이니까, 그게 남자에게도 이익이 되니까.

슈퍼맨도 여성 피해자 범죄 비율이 예상 보다 높아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그냥 몰랐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모를 수 가있지? 언제적 데이터인데) 나 또한 슈퍼맨의 정책과 의견이 타당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리 보수라도 우리의 목표는 같고 방법론의 차이구나 싶었던 순간들. 문제는 우리나라는 보수는 보수여야 하는데 보수가 불순분자다. 슈퍼맨은 아닐 수 있지만 그의 윗대가리들은 자기들의 이익만 쫓는다. 요즘엔 눈치도 안본다. 친일파라서 어쩔 수 없나보다. 친일과 박정희를 두둔하는데 그들과 함께 속해있는 슈퍼맨이 어떤 번지르르한 말을 해놔도 진짜처럼 안들릴 뿐이다.

 

그래도 역시 최애는 백곰. 똑똑하니까 멋있잖아. 잘못한 점은 깨끗하게 인정하니까. 나는 똥과 겨를 100보와 50보를 명확하게 나누는데 많은 노력을 쓴다. 대중이 이 노력을 무시하고 다 똑같다고 취급해 버리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 무슨 동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겠나. 백곰이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좀 지키지 않아도, 그러다가 내가 좀 희생되어도 나는 백곰 편을 들것이다. 그게 옳기 때문이다. 

국민은, 대중은 일관적이지 않다. 그들은 노태우도, 윤석열도 뽑는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백곰이 완전무결하지 않다고 내부총질하는 인간들은 현실적이지 않다. 진짜 설사똥인 국민의 힘이 좋아할 짓 해주는 것이다. 겨와 똥을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겨인줄 알고 좀 뭍혔는데 어느새 똥이 되어버린 김문수 같은 인간들도 있지만. 진짜 현실에서 힘을 가지려면 고고할 수가 없는 것을 이해한다. 뼈친문인 나도 문재인이 김무성이랑 잘 지낸거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