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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PM

에디토리얼 씽킹

by 올잇디 2024. 5. 5.

 

  • 17%
    '사전에는 훌륭한 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오만 가지 단어들이 다 실려 있지만, 그 안에는 단 한편의 시도 들어 있지 않다.' - 브르노 무나리, 판다지아
    ...
    가치가 대상에 내제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눈을 가지면 어떤 재료든 좋은 창작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18%
    만약 당신이 동일한 성질이나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러 사물을 수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수집하겠는가? 그 수집 행위 혹은 결과물이 어떤 주장을 담아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어떻게 수집하겠는가? 그냥 넘어가지 말고, 잠시 멈춰 생각해보자. 쉽게 채워지지 않는 생각의 공백이 감지될 것이다. 그 안에서 끈질기게 머무르자. 일상에서 쓰지 않던 뇌 회로가 슬슬 가동될 테니.
    ...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들의 부고를 모두 모아본다면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 24%
    일단 재료를 확보해야 썰든 볶든 다음 단계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나를 위해 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지금 당장은 정확히 쓸모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쩐지 '느낌이 오거나' 반짝이거나 신선하면 일단 주머니에 넣어둔다. 분류와 의미 부여는 언제나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잡지 에디터로서 훈련받은 능력 중 가장 감사히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잡다함을 문제시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무는 법을 배운 것이다. 당장은 잡음처럼 들려도 언젠가 그 안에서 희미한 신호가 들려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보는 태도, 카오스 안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질서가 있을 거라는 믿음.
    ...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한다'.

유시민 작가가 했던 얘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내 삶에 의미를 찾지 말고 부여하라." 의미(동기)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살피다보면 발견하게 되어있다. 발견하고 나서 스스로 그걸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다. 

  • 28%
    해결책은 질문이다. 연상 그물망을 풍성하게 펼치고 싶다면 질문하면서 대상을 보면 된다. 다시 종이학으로 돌아가보자.
    1. 이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 대상을 재료, 하위 속성으로 해체한다. (색종이, 노동력 등)
    2. 이것은 어떤 감각적 특징이 있나? - 감각적 특징에 주목한다. (황금색, 복잡한, 가벼운, 구겨진, 바스락 소리 등)
    3. 이것의 기능과 쓰임은 무엇인가? - 기능의 쓰임과 맥락, 사회적 함의에 주목한다. (사랑 고백, 한물간, 정성의 표현 등)
    4. 관련된 인물, 장소, 사물, 작품이 있나? - 관련된 인물, 상품, 장소는 없는지 생각한다. (일본 선수단 라커룸, 전영록 노래, 이모집 선반 등)
    5. 동의어, 유의어, 상위어, 하위어, 반의어가 무엇이지? - 동의어, 유의어, 상위어, 하위어, 반의어를 떠올린다. (저비용 고노동, 정성스러운 쓰레기, 정성은 전혀 담기지 않았지만 유용한 선물 등)
    ...
    질문은 특정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고, 기억 창고에서 관련된 정보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의미를 가시화하고 언어로 붙잡아두려면 일단 질문부터 해야 한다.

  • 30%
    질문을 품고 있으면 정보는 딸려온다. 질문이 자석이라면 정보는 철가루다.
    ...
    에디터의 커리어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 32%
    설득력이 감정이입과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에디터라면 콘텐츠를 볼 상대방 - 클라이언트, 상사, 독자 - 입장에서 궁금할 점이 무엇일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 41%
    설득력이 수용자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걸 본 그의 입장에서 메시지가 동의가 될까? 이해가 될까? 더 궁금한 점은 없을까? 신선하게 느껴질까?' 자문하면서 재료와 재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한다.

  • 47%
    [ 진열대1 : 바디 워시 - 샴푸 - 컨디셔너 - 핸드워시 - 로션 ]
    위 조합으로 물건을 모으면 진열대 제목을 영락없이 '바디&헤어케어'라고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아래 조합으로 진열대를 꾸린다면 어떤 제목을 달아줄 수 있을까?
    [ 진열대2 : 바디 워시 - 커피 - 3M 소음방지 귀마개 -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 - 유칼립투스 오일 ]
    독자마다 다른 제목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마감을 코앞에 둔 창작자를 위한 부스터'라고 지을 것 같다. [진열대1]과 [진열대2]에 있는 바디 워시는 사물 그 자체로는 변한 것이 없지만, 함께 놓인 사물(정보)에 의해 함의가 달라졌다. 이러헥 관습적인 분류법에서 일부러 멀어져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사물(정보)의 의미와 연상 이미지 네트워크를 다각도에서 살피게 되고, 다른 사물(정보)과의 관계를 어떻게 신선하게 맺어줄 수 있을지 궁리하게 된다.

  • 52%
    자료를 독해하는 능력은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깊어진다고 한다. 1단계는 '확인과 기억'이다. 자료에 담긴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고, 본인이 찾는 정보가 그 안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지 수준이다. 2단계는 '이해와 적용'이다. 텍스트의 구조를 잘 파악해서 핵심을 요약하거나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는 상태다. 요약이 이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3단계는 '비평'이다. 텍스트가 취하는 입장에서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본인의 견해를 말하고 적절한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단계다. 마지막 4단계는 '종합과 창조'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종합하고, 중심 주제나 컨셉으로 서로를 연결시켜서 새로운 의미나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단계다.

 이걸 진짜 밥 먹듯이 하는 사람으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떠오른다.

  • 78%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서 자리 잡는다. 냉철하게 숫자를 보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책상 위로 온갖 곳에서 기록한 데이터가 쌓인다. 숫자들은 중립적이지만, 그중 특정 지표에 '주목'하고, 경영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려 '전략'을 세우는 경영자는 결국 자신의 주관을 바탕으로 일한다. 자기 버전의 현실 인식 프레임을 제시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합의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편집도 그렇다. 주관적 관점으로 정리한 결과물을 타인에게 보이고 합의를 모은다. 세상을 이렇게 보기 시작한 뒤로 나는 이제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다. 내 관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1. 자료 수집이 빈약하다. 밀도 있게 보는 눈을 기르자. 질문하자.

2. 자료에 대한 나의 주관을 기르자. 나만의 관점을 만들자.

3. 내 주관에 대한 설득이 부족하다. 문제는 내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 미리 겁먹는 다는 것이다. 생각의 공백을 채워서 진실하게 전달해보자.

4.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전달을 꺼려하면 안된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지까지 상상하자.